‘강의실 밖 강의실’ 멘토링 프로그램은 대학에 온지 이제 11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교수로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멘토링에 참여한 학생이 보통 대학 공부라는 것이 시험은 벼락치기로 공부하고, 돌아서면 잊게 되고, 한 학기동안 열심히 공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학기가 끝나면 미련 없이 그만두게 되는 것이 허무했다고 진솔하게 표현하는 점에 대해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평소 우리대학의 경쟁력에 대해 지적하고 판에 박힌 대학강의를 성토하면서도 제 자신도 그 중의 한사람이라는 사실에 가슴을 쓰리면서도 현실에 안주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만들었습니다.

수업시간에는 담당교수는 학생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지고 있어 평가위주의 수업이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학생들도 오로지 학점을 잘 따는 데에 관심이 있는 것이 사실이어서 수업내용이 학생들에게 필요한 지식을 전달하기 보다 평가에 필요한 지식 위주의 수업을 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멘토링 프로그램에서는 학생들이 스스로 필요한 지식을 스스로 공부하도록 하고 지도교수는 조언만 하는 식이 됩니다. 대학원 학생들을 지도하는 방식이 되어 학생들은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지도교수에게 질문을 하고 지도교수는 학생들의 요구수준에 따라 필요한 도움을 주는 시스템이어서 적은 노력으로 학생들이 필요한 것을 가르칠 수 있습니다. 멘토링 프로그램은, 교수를 단순히 암기위주 지식의 전달자이고 학점을 주는 직업인으로 만들게 하는 강의실 안의 평가 시스템에 대안의 가능성을 보여준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멘토링에 제안서를 제출하고 심사를 통과한 것 자체가 공식적으로 개설된 수업의 중간고사를 통과한 것 정도의 의미는 있다고 판단됩니다. 이번 멘토링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저의 수업의 결과물로 국토사랑 UCC 공모전에서 이미 은상을 수상했고 이번 멘토링을 통해서 제작한 UCC도 수상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수업시간보다 멘토링을 통해서 더 많을 것을 배울 수 있다면 반드시 강의를 통해서만 학생들이 학점을 취득하게 할 것이 아니라 멘토링에 대해 일정한 결과물이 도출된다면 학점을 부여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진지하게 검토하여 주실 것을 제안합니다.

참여 학생이「강의실 밖 강의실」교수-학생 멘토링 프로그램은, 처음으로 교수님과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할 수 있었던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고 소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가르치는 선생으로 학생들이 이런 표현을 할 정도로 무관심했다는 데 정말 부끄럽습니다. 멘토링에 참여한 학생들이 자신의 전공이 현 시대와는 동떨어진, 너무 학문적인 면만을 추구한다는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대화는 수업시간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표현입니다. 저의 전공이 취직에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하는 점은 나 자신의 문제라기보다 시스템의 문제이니 내가 해결해야 할 일이 아니야 하며 그저 주어진 조건에 순응하는 지극히 타성에 박힌 사고를 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멘토링을 통해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제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멘토링을 통해 교수와 학생간에 친밀한 인간관계가 형성되어 멘토링에 참여한 학생들은 오래동안 저의 뇌리에 기억될 것입니다. 수업은 공식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 교수의 개인적인 의견을 제시하고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멘토링 프로그램에서는 전공분야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들과 함께 미래의 방향성에 대해 주관적인 입장을 부담없이 제시할 수 있었고, 취업과 연계하여 전공 공부에 대한 Know-how 등을 피력할 수도 있었습니다. 학생들에게 더 많은 것을 가르칠 수 있다면 이 제도와 유사한 제도에 대해 해외나 국내 사례를 좀 더 조사해 보고 이 제도를 정착시킬 수 있도록 대학 본부차원에서 예산과 필요한 인력 등에 구체적인 검토를 해 줄 것을 건의드립니다.

취업은 학생들 뿐만 아니라 교수들에게 중요한 관심사입니다. 취업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취업하고자 하는 분야를 학과별로 구분하고 취업에 필요한 핵심지식이나 Know-how를 습득하기 위해 교수-학생 멘토링 프로그램을 구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진정한 수업이란 암기력의 우열을 가리기위한 줄 세우기가 아니라 수업에 참여한 학생이 성장하는데 필요한 '피드백'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간에 학생들에게 영어로 전공을 토론하는 동아리를 만들면 제가 지도교수가 되어 도움을 주겠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이와 같은 유형의 멘토링도 학생들의 취업을 지원하는 멘토링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멘토링은 공식적으로 종료되었지만 대상 및 최우수상 팀에 한하여 LG입사자격 및 인턴자격을 부여하는 LG글로벌챌린저에 도전할 경우 지도교수로서 계속 도움을 주겠다고 제안을 했습니다. 이런 경우에도 교수-학생 멘토링 프로그램으로 대학 본부에서 계속 지원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여 주시기를 건의드립니다.

교수-학생 멘토링 프로그램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 학생들의 졸업 후에도 지속적으로 만나서, 교수가 후배들을 어떻게 지도하고 어떤 교육철학을 가지고 교단에 서야 할지, 사회인으로 이들이 대학에 바라는 책망과 비판을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정보화 혁명, 녹색혁명으로 끊임없이 변모하는 이 사회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카멜레온처럼 변모하며 발전하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교수가 되어야 할지 많은 고민이 있습니다. 이제는 교수-학생 멘토링이 아니라 학생이 교수를 가르치는 학생-교수 멘토링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계속해서 고민하고 만나서 토론하며 정보를 교환하면서 오늘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면서 제가 경북대에 부임하면서 첫해 스승의 날에 작성한 시로서 소감문의 결론을 대신하려고 합니다.

스승은 제자에게서 배운다는 역설을.. 가슴 떨린다. 청춘의 피가 펄펄 끓고 커다랗게 자라버려 푸르름이 넘치는 너희들 잘 가르치는지? 상아탑 밖을 나가 큰나무로 바르게 쓰이도록 온 정성 쏟고 쏟아서 정말 잘 가르치고 있을까? 두렵다. 스승의 길을 간다고 늘 알량한 자존심을 핑계삼아 이익과 편리만 추구하지는 않았는지? 판에 박힌 대학강의를 성토하며 뜨거운 열기를 발산했던 가슴시린 추억을 물려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온몸을 전율하게 하지만……

교탁앞에 섰다고 그냥 스승이 되는가? 제 먼저 참사람 되고 가슴을 여는 등불 일 때… 우러러 바라 보리라. 꿈 많은 눈망울을 가진 너희들의 대견함을! 스승은 제자에게서 배운다는 역설이 갈 길이 먼자에게 더 큰 희망을 준다는것을… 진리는 항상 가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들이 바로 이 험난한 시대에 함께 끌어주고 밀어주며 두손 마주 잡고 나아가야 할 동반자라는 것을…

1999년 스승의 날, 경북대 지리학과 엄정섭

나의 젊음과 청춘을 함께 했던 환경부를 떠난 지 두달여가 지난 나의 심경을...